En la costa del sol
아침에 눈을 뜨면, 조금 열린 창으로 들어온 미풍이 가볍게 늘어진 하얀 커튼을 흔들고, 그 나풀거림 사이로 눈 부신 햇살이 간간이 부서지는 방을 꿈꾸어 본다. 창 너머로 하얀 모래밭과 투명한 바다가 펼쳐져 있거나, 전나무나 낙엽송 사이 오솔길을 배경으로 산비둘기가 쌍쌍이 날아들지 않아도 좋다. 허나, 어디가 되었든 반드시 일말의 애잔함이 있어야 한다. 화려함을 뒤로 하고 시들어가는 봄꽃이나, 푸르름의 끝자락에서 곧 떨어져 내릴 낙엽이나, 박명(薄明)에도 아직 불을 밝힌 채 외로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가로등이나, 멀리 떼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무리나, 조금은 창백한 얼굴로 걸어가는 소녀 같은. 그러면 나는 부스스한 얼굴로, 아직 눈곱을 그대로 붙인 채로, 죽은 듯 잠든 동안 헝클어진 머리 그대로, 혼자서 나..
2023.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