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2 베이더와 나의 눈길 지금도 눈이 내린다. 벌써 삼 일째다. 오려면 에서처럼 엄청 와서 쌓이면 좋겠는데, 고작 이렇게 내려서는 눈 장난 같은 건 못한다. 길이 질척해져서 걷기만 더 힘들다. 걸으면서 나는 자꾸만 고개를 숙인다. 눈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빠를 따라가겠다고 한 건 나 혼자다. 이모와 할머니가 같이 살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아빠까지 그러는 게 좋겠다고 하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바로, 아빠 다리를 꼭 붙들어 안고 펑펑 울어버렸다.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른다. 분명한 건 아빠가 좀 미웠다는 거다. 아빠는, 같이 살자고, 적어도 한 번은 내게 말해줘야 하는 거였다. 아빠라면. 아빠니까! 겨우 처음 만난 아빠를 영영 다시 볼.. 2023. 6. 30. 종소리 갑자기 소나기가 뿌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비를 피해 나무 밑, 처마 밑으로 바쁘게 뛰어들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공깃돌이 비에 젖었다. 아이들이 놀이를 위해 운동장에 그렸던 오징어나 뼈다귀 모양의 금도 빗줄기에 지워졌다. 그래도 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젖은 돌은 마를 테고 지워진 금은 다시 그리면 그만이었다. 옷이 젖는 것도 문제될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감기 걸린다고 목사님께 혼이 날 게 분명하기 때문에 비를 피하는 것뿐이다. “야 광수, 마지막에 넣은 거 골인이다. 딴 말 하지 마라.” 빗물에 젖지 않게 하려고 축구공을 감싸 안은 채 뛰어가며 창호가 광수에게 다짐하듯 이야기했다. 한 눈에 봐도 족히 몇 년은 차댔을 낡은 공이었지만 창호는 보물이라도 다루듯 처마 밑으로 들어오자마자 공에 .. 2023. 6.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