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삶이란1 오동꽃 지면 이팝나무 가로수에 하얀 꽃이 만개했다. 겨울이 너무 길다 싶던 게 어제 같은데 콧잔등에는 벌써 땀이 맺혔다. 그래도 외근이 일찍 끝난 덕에 바깥 풍경을 향한 은주의 시선에 오랜만의 여유가 묻어 있었다. 신호를 따라 무심코 좌회전할 때, 보라색 꽃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큰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자주 오가는 길이었지만 기억에 없는 오동나무. 전부터 거기 있기는 했던 건가 하는 의문과 오동이란 원래 모양이 저리 제멋대로인가 하는 생각이 은주의 머릿속에 잇달았다. 웬만한 크기의 나무라면 저마다 차이는 있어도 어느 정도의 품격 같은 걸 갖추게 마련 아니던가? 흐드러지게 꽃을 달고 있는데도 외롭고 측은해 보이는 나무라니. 처음도 아닌 오동꽃이 새롭고 낯설었다. 때 이른 더위에 열어 둔 차창을 넘는 황사처럼 뜻.. 2023. 2.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