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2 벤지 죽기 전에는 개를 키울 수 없을 줄 알았다.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음 기댈 놈 하나 곁에 두기를 항상 바랐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도 늘 있었다. 아파트에 살았고, 개를 돌보는 데 필요한 하루 몇 시간도 빼기 힘들었고, 결정적으로 아내가 개를 무서워했다. 은퇴 후 시골에 내려오고 나서는 건강과 나이가 걸렸다. 입양할 강아지보다 내가 더 오래 산다는 보장이 없었다. 건강수명을 따지면 더 그랬다. 통원으로 시작하겠지만 결국 집보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 때쯤에는 제대로 돌보지 못할 테니까. 나는 이미 30년 넘게 혈압약을 먹어왔고, 콜레스테롤과 당뇨 수치도 경계에서 간당간당했다. 노안이 심했고 해마다 떨어지는 체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내 개의 마지막을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서준이 강아지를.. 2024. 8. 7. 명견 “대체 나를 어떻게 알고 이따위 걸 들이미는 거야! 생각을 좀 해 보라고. 아무리 식견이 없기로서니 그런 정도의 생각은 할 수 있어야지. 어찌…….” 변 사장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혀를 몇 번 차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사실 변 사장에게는 더없이 불쾌한 일이긴 했다. 기분 같아서는 사진을 던져 버려야 했지만, 그런 정도의 사람에게 쉽게 흥분하는 것은 결코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는 일이 아니라는 판단 덕에 자제력이 살아났다. 실망의 표시인지 화를 참는 것인지 모를 깊은 숨을 한 번 내쉬고는, 탁자 위에 어지러이 널린 사진을 모아 건네주며 늘 그랬듯 혈통을 강조하는 것을, 변 사장은 잊지 않았다. “왜, 거, 어디에다 내놓아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그런 혈통을 가진 개를 구해 달라고.. 2023. 6.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