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1 계절 건너기 나는 어떡하든 그 계절을 지나 볼 요량이었나 보다. 하늘은, 쉼 없이 맑았고 어디로든 쉽게 가슴을 부벼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분명 시간은 한 해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지만 아직도, 봄인 듯 새 햇살처럼 눈부신 송곳이 촘촘히 내리쬐는 낮이 이어지는 가을이었다. 어떡하든 지나 볼 요량이었다, 그 계절을. 굳이 무얼 이루어 내어 혼자를 위로하려 하거나, 도저히 감당 못 할 것들에 부딪혀 보려는 식의 무모한 계획은 없었다는 말이다.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난 오후에, 문득 놀이 지는 걸 바라보다가 어기적이 팔을 뻗어 그 하늘에 난장(亂掌)을 내 지르듯, 그저 그렇게 살아 보려 했다는 것이다, 어떡하든. 이유 없음이었다. 하지만 계절은, 봄 하고도 끈적거리듯 늘어지는 늦봄에나 어울릴 모래바람을 일구.. 2023. 7.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