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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2

계절 건너기 나는 어떡하든 그 계절을 지나 볼 요량이었나 보다.  하늘은, 쉼 없이 맑았고 어디로든 쉽게 가슴을 부벼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분명 시간은 한 해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지만 아직도, 봄인 듯 새 햇살처럼 눈부신 송곳이 촘촘히 내리쬐는 낮이 이어지는 가을이었다.  어떡하든 지나 볼 요량이었다, 그 계절을. 굳이 무얼 이루어 내어 혼자를 위로하려 하거나, 도저히 감당 못 할 것들에 부딪혀 보려는 식의 무모한 계획은 없었다는 말이다.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난 오후에, 문득 놀이 지는 걸 바라보다가 어기적이 팔을 뻗어 그 하늘에 난장(亂掌)을 내 지르듯, 그저 그렇게 살아 보려 했다는 것이다, 어떡하든. 이유 없음이었다.  하지만 계절은, 봄 하고도 끈적거리듯 늘어지는 늦봄에나 어울릴 모래바람을 일구.. 2023. 7. 19.
가을 저녁 1 전화가 갈 것이다, 한국에서. 이미 어둑해진 브리즈번의 저녁. 우현이는 침대에 엎드린 채 벌써 몇 번이나 고쳐 쓴 에세이를 한 번 더 보고 있을 것이다. 엄마가 없는 틈에 온라인 게임에 빠진 형에게 전화를 받으라 소리치겠지만, 짜증 섞인 대꾸도 듣지 못하고 거실로 나와 직접 받게 되겠지. “헬로?” “여보세요? 혹시 차준환 씨 가족 되세요? 여기 한국, 의성경찰섭니다.” “네. 우리 대디 이름이에요, 차… 준환.” “아, 대디? 거기 혹시, 어른 안 계시니?” “예 암, 마미는 지금 안 왔고, 스티븐하고 저밖에 없어요.” “스티븐? 스티븐은 누구야?” “브라더, 형.” “형은 몇 살이지?” “삡띤.” “피프틴? 열다섯? 그럼 형은 됐고 혹시 아버지 주민등록번호 찾을 수 있으면 좀 불러봐 줄래?” “주.. 2023.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