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1 나비 초여름부터 폭염이 계속되고 있었다. 냉방이 충분하지 않은 장례식장에는 지하 공간 특유의 습한 공기가 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였다. 조문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취기 오른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는 서넛을 빼고 나면 손님 떠난 상을 치우는 이도 없이 이미 무덤 속인 듯 적막했다. 문상을 온 사람들은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훔쳐냈지만, 상복을 입은 은재는 미동도 없이 이틀 내내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야이야, 니도 인자 쫌 드가가 쉬이라. 이만하믄 올 만한 손님들 다 댕기 갔고, 낼도 일이 많다. 암만 차 타고 간다 캐도 산에 가는 기 쉬운 기 아이다. 기숙아, 야 쫌, 현지이 애미 쫌 델꼬 드가라. 쪼매라도 눈 좀 부치구로." 시어머니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시누이가 한 손으로 은재의 손을 잡고.. 2023. 2.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