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1 여섯 잔의 커피도 아닌데 “여보, 나 지금 지원이 학원 때문에 같은 반 애들 엄마들이랑 밖인데, 자기 아직 집에 안 왔지? 혹시 나 집에 없다고 전화할까 봐. 내가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거든…….” 낯선 번호의 전화 너머에서 들리는 아내의 목소리에 대해 가졌던 의문이 풀린다. 아내의 목소리가 그리 밝지 않다. 무언가 피곤한 일인 게 분명하다. 저녁도 다 지난 시간에 애들 둘을 데리고 다른 엄마들과 만나야 하는 일이라면 좋은 일일 건 없는 것이다. 세상사 그렇듯, 갑자기 일어나는 일과 예상 못한 일들의 구십 퍼센트는 나쁜 일이다. 사람들도 그걸 알기에, 철이 들어갈수록 새롭게 만나는 사람을 우선 경계부터 하고 보는 것 아닌가? 결국 진정한 열린 마음의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집에 와보니 아홉 시가 넘었는데도 불이 .. 2023. 7.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