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어 부스럼1 그런가 보다 볕 좋은 휴일 오후다. 아직 이른 감이 있긴 해도 봄은 봄이다. 원래는 약국에 필요한 소품이 있어 목공작업을 할 생각이었지만, 봄맞이 나들이가 썩 구미에 당긴다. 올해도 어김없이 홍매화가 어여삐 피었다는 통도사는 어떨까? 근처 울산대공원이나 태화강변 산책 정도도 좋겠다. 하지만 창밖 멀리 시선 한 번에 이내 들뜬 마음을 접는다. 건너편 아파트도 뿌옇게 흐리고, 그 뒤에 앉은 산은 아예 풍경에서 사라지고 없다. 미먼! 약칭인지 애칭인지, 사람들이 미세먼지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한탄이나 자조가 담겼을 그 말이 나는 자꾸 ‘미망(迷妄)’처럼 들리고 읽힌다. 공기가 탁해지는 만큼 세상도, 정신도 그렇게 흐릿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까닭이다. 나들이는 포기하고, 창가에 신문지를 펼치고 손톱깎이를 가져와.. 2023. 6.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