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1 안개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았다. 역 광장에 뜬 그믐달 위로 지나는 구름 빛이 짙었다. 마지막 승객이 빠져나가자 역무원은 서둘러 쇠문을 닫아걸었다. 사람들은 채 깨지 못한 밤 기차의 피곤을 안고 각자의 걸음을 서둘렀다. 신평(新平)에 서는 그날의 막차였다. 고향 이름을 내건 식당들도 하나둘씩 불을 끄고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인근 도시 아침 장으로 시골 아낙들을 실어 갈 첫 전철이 새벽을 깨울 때까지 역은 잠들 것이다. 굼뜬 장꾼만 남은 파장 무렵처럼 쓸쓸한, 자정 가까운 시골 역. 처음은 아니지만 초행 보다 낯선 곳. 어중간한 술기운 때문인가? 분명 그 속인데도 녹화된 화면이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선우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손을 뻗어 만지려 하면 눈앞의 모든 게 스르르 흩어져버릴 것 같은, 신기루.. 2023. 7.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