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1 Sink Condition 두 손으로 얼굴에 거푸 찬물을 끼얹으며, 그는 전날의 탐탁지 않았던 술자리와 한 해 한 해 다른 숙취의 무게감을 생각했다. 회사일도 차질을 빚겠지만 그보다 더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자신을 향해 날아들 아내의 날카로운 말들과 차가운 시선이었다. 실망이나 염려와는 거리가 먼, 낮고 건조해서 더 마음을 헤집는 목소리. 이미 출근했을 터이니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것이었다. 바로 오늘 저녁이든 내일, 아니면 조금 더 묵혀둔 며칠 뒤가 되었든, 아내가 이런 꼬투리를 지나칠 리 없었다. 아내의 질책이 실망의 표현이라면 아직도 자신을 향한 기대가 남아 있다는 것에, 염려해 주는 것이라면 아내의 어디 한 조각 정도는 여전히 그가 사랑했던 바로 그 사람이라는 사실에 일말의 위안을 삼을 수 있겠다 .. 2023. 6. 12. 이전 1 다음